이 8곡병풍은 소치 허련(小痴 許練 1809~1892)의 작품이다. 소치의 전형적 필치를 보여 주는 산수화이다. 각폭이 비슷한 형식의 그림으로 각각 제시(題詩)가 있다. 그림은 江의 부분이 비중있게 차지하면서 여백의 미를 구가했다. 비교적 경치의 변화는 단순하여 원경(遠景)의 산통우리 하나 정도와 水面. 그리고 근경(近景)에 섬처럼 빠져 나온 언덕에 서너 그루의 키가 큰 나무가 서있다. 소치의 7폭에 허백련의 찬시(贊詩)가 있다

晚知詩書眞有得 却悔歲月來無多

느지막이 시와 그림을 만나 참맛을 알고 보니

남은 세월 많지 않음이 새삼 한스럽네

先生曾多題之後學 百辣

獨載輕舠過碧川 一綸牽動楚江天

한 조각 가벼운 배에 실려 홀로 푸른 내를 지나니

楚 땅의 강과 하늘이 한 줄에 엮여 움직이듯 하누나

小閣憑欄嘆水光 東風無樹不驚簧

작은 누각 난간에 기대니 몰빛이 반짝이고

봄바람 맞는 나무마다 꾀꼬리 우짖는다

道似桐江渾不信 雄深一半是匡慮

길은 구불구불 동강과 같고

웅장하고 깊은 멋은 광려(여산)과 같구나

山邨雨霽水痕加觜鴨 漢頭燕尾沙

산촌에 비 개이니 물은 자꾸 불어나는데

여울머리에 오리는 고기를 노리고

제비는 자멱질 하는구나

兩岸桃花一溪水 此中老却打魚人

시냇물 양쪽 언덕에 복숭아꽃 만발한데

이 가운데 늙은이는 고기를 잡는구나

瑟瑟西風渺渺波 秋林亭古夕陽多

쓸쓸한 가을 바람에 물결 아득히 일렁이고

가을 숲 옛 정자에는 석양이 가득하구나

筇鞋踏破溪橋雪 數樹梅花有竹家

막대 짚고 짚신 신고 다리에 쌓인 눈 밟고 지나니

몇 그루 매화나무와 대가 있는 집이 나오네

                                                          -小痴